영화 더 킬러스
헨리네 식당의 문이 열리고 사내 둘이 들어왔다. 그들은 카운터 앞에 앉았다.
"뭘 드릴까요?" 조지가 그들에게 물었다.
"글쎄. 이봐, 앨, 자넨 뭘 먹을 텐가?" 그중 한 사람이 말했다.
"모르겠는걸. 먹고 싶은 게 생각이 안 나." 앨이 대답했다.
식당 밖은 점점 어두워졌다. 창밖 가로등에 불이 들어왔다.
카운터에 앉은 두 사내는 메뉴판을 들여다보았다.
헤밍웨이 단편 <살인자들> 중에서
차례대로 헤밍웨이 단편 <살인자들> 첫 부분과 에드워드 호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영화 <더 킬러스>의 포스터입니다. 소설과 그림, 영화 이 세 가지가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 궁금하신가요? 에드워드 호퍼는 헤밍웨이 단편소설 <살인자들>을 읽고 영감을 받아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을 그렸다고 합니다. 영화 <더 킬러스>역시 <살인자들>을 모티브로 4명의 감독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이야기를 풀어낸 영화입니다. 헤밍웨이의 텍스트가 에드워드 호퍼의 손에서 이미지화되고 <더 킬러스>에서 움직이는 영상으로 재탄생한 것인데요. 문학과 예술은 정말 시대를 초월해 영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영화 더 킬러스는 지난 10월에 개봉한 4명의 감독들이 만든 옴니버스영화입니다. 상업영화라기보다 예술영화에 가까워 상영관도 적고 한 달이 지난 지금은 독립영화관에서 간간히 상영을 하고 있습니다. 쉽게 볼 수 없으니 더 보고 싶어 부랴부랴 더 킬러스를 상영하고 있는 에무시네마에 다녀왔습니다.
영화 포스터 하단에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과 비슷한 식당과 두 남자가 있는데요. 영화 속 4개의 단편 중 이명세 감독님의 <무성영화> 배경입니다. 이명세 감독님은 '헨리네 식당의 문이 열리고 사내 둘이 들어왔다.'는 헤밍웨이의 <살인자들> 첫 구절을 읽고 영화적 영감이 떠올랐다고 합니다. <무성영화>는 보이는 이미지가 많고 대사나 설명이 친절하지 않은 영화여서 극장에서 볼 때는 정신없고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다 보고 나면 제일 잔상이 많이 남는 영화입니다. 실제로 이명세 감독님은 설명으로 풀어내는 친절한 영화보다는 영화의 본질인 이미지에 이야기를 실어 우리가 이제껏 보아왔던 내레이션 중심의 영화가 아닌 비주얼 중심의 영화를 추구하신다고 합니다. 설명이 없기 때문에 영화가 어렵고 익숙하지 않지만 정말 감독님의 의도대로 이미지와 움직임, 음악이 기억에 남는 영화였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영화 속 대사가 기억에 남는데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말은 어떤 의미로든.. 어떤 상황에서든 통하는 말인 것 같아 영화를 본 후에도 계속 머릿속을 맴돌고 있습니다. 뭔가 결말이 이상하지만.. 아무 일이라도 일어나도록 사소하지만 매일 포스팅이라도 해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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